불과 두 달전 카페에서 es 16인치 돕소니안 중고매물이 나왔다.
문자가 우선이라는 글을 못보고 바로 구매 댓글을 달았는데 이미 문자로 여러명이 연락이 와 예약이 끝났단다.
그렇게 허망해 있을때 일주일 후 우연찮게 '경통 두점 판매' 라는 제목의 중고거래 글이 카페에 올라왔길래 열어보니 바로 내가 구매하려다 놓친 es 16인치 돕이 주인이 바뀐채로 매물로 올라온것이다.
바로 구매예약을 했는데 자기가 어찌어찌 개조 해보려고 샀는데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아 다시 동일한 가격으로 내놨단다.
우여곡절 끝에 es 16인치 돕소니안은 이렇게 내 손에 들어와 돕 개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국내 돕소니안 제작 장인(이하 남희샘)의 도움을 받아 돕 판매자가 서울에서 친히 남희샘 수원 공방까지 물건을 갖다 주었는데 장인의 명성에 모두가 한번쯤은 공방을 방문하고 싶은 심리가 어느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나는 남희샘과의 끈끈한 인연?을 무기삼아 16인치 돕소니아 자작을 요청했고 흔쾌히 제작을 도와주겠다고 하셨으니 돕 제작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다.
2023년 7월 7일 목요일 역사적인 16인치 돕소니안 제작이 시작된 날이다.
이날부터 2일간 장기재직 휴가를 쓰고는 아침일찍 수원 공방으로 차를 돌렸다.
3년전 12인치 미드 돕소니안을 튜닝제작했던 황홀했던 기억을 회상하니 설렘과 기대에 차를 몰고가는 내내 피곤할 새가 없었다.
이번 제작도 12인치 공제때와 마찬가지로 설계와 부품가공은 모두 남희샘께서 해주신다.
말이좋아 제작이지 나는 그저 조립과 바니쉬칠 정도로 그야말로 숟가락만 얹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공방에 도착하니 작업의 효율을 위해 이미 남희샘께서 미러박스를 만들어 놓으셨다.
당신도 16인치 한대를 만들어야 한다하시니 오히려 같이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가신다.
우선 사전 제작된 미러박스에 붙어 있는 접착제를 하나하나 남김없이 제거했다.
물걸레로 접착제가 붙어있는 곳을 닦으면 육안으로 보이지 않았던 접착제가 보이기 되어 수월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접착제 제거 작업을 마치고는 날카로운 합판 면을 둥굴게 갂아주는 일명 모서리 라운딩작업을 진행했다.
처음 다뤄보는 공구라 처음에 불규칙하게 면을 잘라내는 실수를 했는데 이내 남희샘의 도움으로 바로 익숙한 손놀림으로 모서리 라운딩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미러박스를 포함해 이날 준비한 어퍼케이지 부품에 대한 표면 샌딩 작업을 수행했다.
합판의 거친부분을 부드럽게 사포질을 하는 공정이며 수작업이 아닌 샌딩기계로 진행했다.
이 기계가 워낙 진동이 심하다보니 모든 부품의 샌딩작업을 마치고 나니 손에 진동이 가시질 않았고 팔뚝과 팔꿈치에 무리가 가해지는 것을 느꼈다.
남희샘이 엘보우로 인해 도수치료네 뭐네 받고 다는시는 것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표면 샌딩작업을 마무리하고는 곧바로 스테인 작업을 이어갔다.
이전 12인치를 제작했을때 전형적인 나무색상을 포기하고 좀더 어두운 톤의 색상을 선택했다.
미러박스는 네면이다보니 한 면을 칠하고는 마르기를 기다렸다 반건조 상태에서 마른 헝겁으로 닦아주는 폴리싱작업을 수행하고 다시 칠할 면을 하늘로 향하게 해서 칠하고 반건조에서 마른 헝겁으로 닦아주는 폴리싱작업을 수행하고 다시 다른 면을 하늘로 향하게 해 스테인 작업을 진행한다.
이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무리 빠르게 공정을 진행한다해도 스테인작업과 바니쉬칠 작업은 말리는 공정이 필수이기 때문에 절대 빠르게 한다고 빠르게 진행할수 없다.
이날도 샌딩작업 후 스테인 작업을 시작한 뒤 다른 공정은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첫째날 작업 내용이다.
하룻밤을 아산에 사는 선배집에서 신세를 졌다. 수원에서 대략 50분거리라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원래 차에서 하룻밤 잘 요량으로 매트리스와 이불을 챙겨왔지만 더운 날씨에 방충망없이 차창을 열 수 없기에 선배집을 택하게 되었다.
두번째 날과 세번째 날은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바니쉬 칠 작업을 내리 수행했다.
최소 4~5회 이상 칠 작업이 필요한데 말리는 물리적 시간때문에 다른 작업은 차후에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금요일과 토요일 총 두차례 바니쉬칠을 수행했고 앞으로 두세차례 더 해야는데 이 작업은 남희샘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금요일 저녁은 부모님이 계시는 충주에서 잠을 청했는데 편도 1시간 20분 거리다. 퇴근시간을 피해 가니 막힘없이 가는가 싶었는데 우려했던 여주-원주 간 보다는 감곡-충주 구간이 조금 막혔다.
토요일 아침 수원으로 가는 길은 반대방향으로 놀러가는 차량이 아니다보니 이때도 수월하게 수원에 입성할 수 있었다.
남희샘과 토요일까지 작업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다음 2회차는 미러박스에 주문한 하우징 부착과 초점거리 측정과 테스트를 해야하는데 무사히 끝나기를 빌뿐이다.
초점거리 테스트가 완료되면 그 후엔 돕에 들어가는 모든 알루미 부품을 조립하고 로커박스와 그라운드보드 제작, 미러안착 등의 작업을 순차적으로 수행한다.
여기서 미러셀 조립후 미러박스 안에 미러안착은 정밀한 기술이 요구되는 공정이라 남희샘의 절대적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3일간의 제작 작업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남희샘과 함께 밥먹는 시간, 커피마시는 시간, 그로 인해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하는 시간들이 내게 더없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벌써 다음 차가 너무나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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