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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관측/관측일지

2020년 야간비행 신년관측회 때늦은 후기

2020년 한해를 시작하는 의미에서 야간비행 신년관측회가 2020년 2월 1일 느즈막히 열렸다.

원래 1월에 하는게 맞지만 코로나다 뭐다 하다보니 늦어진듯 하다.

 

목포에서 횡성까지의 거리가 사실 엄청부담이 된다.

갈거인가 말것인가에서 부터 자가용으로 갈것이냐 대중교통으로 갈것이냐 등등

전날까지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관측은 월령이 좋치못했고 미세먼지의 공습이 심할거라 예보가 있어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현장 강의가 때때로 내게 많은 지식과 영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청강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가기로 결심했다.

목포에서 오송 그리고 오송에서 충주역까지는 기차로 이동하고 충주역에서 천문인마을까지는 충주별지기 문지훈샘 차를 얻어타고 가는걸로 최종 결정했다.

원래는 목포-오송-제천까지 기차로 가고 제천-천문인마을까지는 예전 알고지내던 후배 차를 얻어타는 것이었지만 문지훈샘 근무가 예상외로 일찍 끝날거같다해서 결국 동행하기로 했다.

 

옷가지만 챙기고 충주로 출발....충주역에 도착하니 문지훈샘이 마중나와있다.

문샘의 오래된 관측전용 애마를 타고 천문인마을로 고고..

역시 2월이라 예보한대로 미세먼지가 득세다.

이 나라를 어찌할꼬.....겨울과 봄은 통과의례로 받아들여야하는 미세먼지의 현실이 슬플뿐이다.

 

두세시쯤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그냥저냥 짐을 챙기고 여기저기 흝어본다.

4시가 넘어서니 지기들 한둘씩 속속 도착한다.

각자 망원경을 설치할때 나는 여기저기 눈동냥 귀동냥하며 반가움을 달랬다.

 

극강의 f3 20인치 돕소니안부터 내가 의뢰한 f4 16인치 남스돕과 똑같은 모델이 될 돕소니안까지....

다양한 망원경들이 하나 둘 너른 들판을 채우기 시작했다.

내가 의뢰한 16인치 남스돕 실물
16인치 클래식 UC돕소니안(문지훈샘 돕)

 

은다님이 개발하신 고탄성 카본삼각대 CYG 시리즈

6시가 넘으니 저녁을 준비한다.

홀 안에서는 준비해온 반찬과 국을 끓이고 밖에서는 빠질수 없는 숯불 삼겹살을 구웠다.

산골마을의 겨울한기가 갈수록 심하지니 피어오르는 숯불이 더욱 뜨겁고 골짜기는 메우는 삽겹살 굽는 냄새가 더더욱 아련하다.

모두가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그렇게 간만에 만난 즐거움이 한겨울 눈처럼 따뜻하게 녹아내렸다.

 

식사를 마치고 내가 고대하던 자율 강의가 시작된다.

당초 강의 3개로 공지했으나 결국 강의 2개로 결정되었고 한솔님의 강의가 먼저 진행되었다.

 

강의 요지는 이러했다.

 

20인치 돕소니안을 제작해 퍼스트라잇을 했는데 별상이 찌그러지는 현상을 발견해 미러의 문제로 인식하고 원제작자에 리콜을 보냄. 현지에서는 문제는 없지만 다시 해주겠다며 리콜을 받아들이고 새로 미러 배송.

새미러를 장착해 관측을 했으나 문제점이 조금은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별상이 왜곡됨

문제점을 찾고자 하나하나 연구를 하기 시작함

1. 주경문제  2. 미러셀 문제  3. 사경 문제  4. 망원경 부품정렬 문제  5. 눈의 난시

결국 별상에 문제가 될 요소 5가지를 압축해 문제점을 하나하나 고쳐가다보니 한솔샘 돕의 별상 왜곡문제는 본인 눈 난시와 사경문제로 판명

 

난시수술(필요에 따라 하고자 함), Dioptx 보정렌즈 부착, 사경교체, 각종 부품정렬(냉각쿨러 미러 앞면에 추가 장착 등) 등으로 해결함

두번째로 승희샘의 별볼때 듣기 좋은 음악에 대한 강의가 이어진다.

흔히 고독은 별지기들의 숙명이라 했다.

어두운 외딴 공간에 오직 어둠과 하늘의 별만이 별지기들의 동무일 뿐이다.

거기에 별과 관련된 음악을 듣고 있는다면 어떨까 상상을 해보았고 그런 음악을 찾아 별을 보며 들어보려 했었다.

그러나 그런 희망사항을 실천하진 못했고 이 강의를 듣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나는 아직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한번 서서히 실천해봐야 겠다.

가사전달력이 떨어지는 외국곡보다는 k팝을 끌어모아봐야 겠다

 

이하는 승희샘의 강의자료이다.

 

강의를 마치고는 본격적인 자율관측이 시작되었다.

누군 별을 보고 누군 안에서 여전히 사람들과 술잔을 나누고 또 누구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분위기를 살피다 자기가 좋아 하는 분위기에 이내 빠진다.

 

달이 있고 초미세먼지가 들끓고 축축한 안개가 내리는 최악의 관측여건이지만 모두는 그렇게 하얀밤을 불태운다.

 

다음날....나는 11시 기차를 타기위해 오던대로 지훈샘과 함께 모두와 작별인사를 하고 충주로 내려갔다.

 

의미깊지 않은 모임이 어디 있었던가?

 

만남이 좋고 별이 좋고.....그렇게 인생은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