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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관측/관측일지

2020/3/20 신안 증도 관측후기

▣ 장 소 : 전남 신안군 증도면

▣ 관측시간 : 2020.3.20~3.21, 21:00 ~ 02:00

▣ 관측장비 : 12인치 라이트브릿지 돕/Denkmeier Binotron-27(SWA 27mm), XWA 9, 20mm, HFW 12.5mm

▣ 관측대상

  - 큰곰(M81, M82, NGC3077, M108, M97, NGC3733, M109, NGC3877),  용(NGC4236)

  - 사냥개(M106, M94, NGC4490, NGC4277)

  - 사자(LEO TRIPLET, M105 NGC3384,3389, 3367, 3377, 3377A, M96, M95, HCG44, UGC5470)

  - 까마귀(NGC4038)

 

 

#1  코로나가 가져온 뜻밖의 선물

 

요즘 한반도의 봄 하늘이 심상치 않다.

청명한 하늘이  몇주간 지속되고 있으니 참으로 적응이 안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중국공장 가동율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먼지배출이 적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무지 이런 파란하늘이 적응이 안된다.

아니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 버릴까봐 두렵기까지 하다.

 

이런 날들이 우리의 일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겨울과 봄은 늘 미세먼지와 황사로 가슴졸이며 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지가 언제인데........

수도권에 비해 이곳 목포를 비롯한 남쪽땅이 가진 최강의 무기는 바로 청명일수가 수도권 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별지기인 내겐 참으로 복이다.

 

서울에서 갑자기 여행사 사장님이 섬과 연륙교 투어상품 점검을 위해 증도에 오신단다.

함께 즐길 작정으로 광주에 있는 지인과 함께 증도 엘도라도리조트로 숙소를 잡았다.

금요일 오후에 반가를 내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차에 관측장비를 있는대로 다 실었더니 뒤좌석까지 가득하다.

올해들어 첫 관측이니 이 기회를 놓칠순 없고 더군다나 섬에서의 별관측이 처음이라 하늘이 어떨지 자못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낮에는 태양과 일몰사진을 찍고 밤에는 안시관측과 스케치.....이런 구성으로 계획을 잡으니 가지고 있는 촬영장비와 관측장비를 다 가지고 떠날수밖에 없었다.

 

목포에서 증도로 가는 길....

파란하늘이 좋기가 그지없다.

그런데 차가 이상하다. 제법 큰 진동이 주기적으로 느껴진다.

분명 이건 엔진 아니면 타이어에 문제가 있을건데....새차라 엔진이 아닐테고 그럼 수명이 한참도 지난 타이어에 문제가 생긴건가?

증도에 도착해서 앞뒤바퀴 타이어를 모두 점검했다.

이런.........조수석 앞타이가 결국 사단이 났다.

일부지만 철심이 나올정도로 특정부위가 마모되었다.

 

"이러니 타이어 노면이 고르지 못하니 울렁거림이 심했구나...아뿔싸. 목포에 가면 당장에 갈아야 겠군"

 

#2  관광지가 가진 두 얼굴

 

한바탕 소동을 끝내고 관측후보지를 찾아나섰다.

관광지이다 보니 주변정리, 경관조성 등이 잘 되어있어  웬만한 곳엔 덩달아 LED 가로등이 떡허니 버티고 있었다.

관광객들에게는 너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별지기들에게는 쥐약이다.

 

"아....관광지의 치명적인 약점이 있음을 내 간과했었구나"

 

몇군데 후보지를 찾고는 숙소로 왔다.

엘도라도는 해변을 끼고 지어진 리조트이기에 바다면 조망은 으뜸이다.

거기에 서쪽해변이다 보니 해변으로 넘어가는 저녁노을은 압권이다.

일찍감치 발코니에 태양촬영을 위한 장비를 설치하고 태양촬영과 노을촬영을 개시했다.

바다 한가운데 오똑허니 솟아있는 무인도....

지구별 태양은 그 섬 전체를 발갛게 채색하고는 이내 해송사이로 묻혀진다.

붉은 태양이 이리도 아름답다지만 그건 그저 수천억개의 별 중 지극히 평범한 것 중 하나일 뿐이다.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고 지인과의 오랜 만남의 회포를 풀었다.

내일 이른 아침을 기약하고 옷을 갈아입고는 몇군데 점찍어든 후보지를 하나하나 검증했다.

역시나....백색 LED 가로등이 이전의 아날로그 백열등보다 화려한 밤 화폭을 선사해주지만 총총히 빛나는그 아름다운 밤하늘은 이내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슬픈 현실이다.

그나마 자전길로 개발된 외곽 산능선쪽은 양호하지만 해안가에서 몰려오는 해무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듯했다.

결국 리조트에서 가까운 체육공원 주차장으로 자리를 잡고 외출 1시간만에 가까스로 관측을 시작한다.

목포가 지천이다 보니 목포방향 동남쪽 하늘이 광해로 밝기만 하다.

 

"관측지 선정에 우선으로 고려할 시야가 동남쪽 이거늘 하필....."

 

서천과 북천을 중심으로 관측을 개시했다.

 

 

#3  큰개자리의 TRIPET 보데은하, 시가은하와 NGC3077

 

20mm 아이피스로 한시야안으로 세 은하가 들어온다.

시가은하(M82) 중간을 가르는 검은 암흑대가 한은하를 두개로 가르듯 희미하게 관측된다.

셋중에 막내인 ngc3077은 먹다가 땅에 흘려버린 솜사탕 잔해처럼 아주 쬐그만 한덩이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올빼미성운(m97)의 두눈은 어디로 갔는고?

물안경을 쓴 뽀로로처럼 커다란 두 눈을 가진 올빼미성운은 둥근 성운만 관측될 뿐 이날 관측컨디션으로는 도저히 구분되지가 않는다.

 

Merak와 phecda 두 별사이 중간에 있는 hr44457 중심별 옆에 나선은하 ngc3733은 좌우로 길쭉한 측면은하로서 이날 휘뿌연 먼저구름형태로 희미하게 관측된다.

또 Phecda별 주변에 맴도는 전형적인 막대나선은하 m109....막대와 나선팔이 보이길 수차례 주문을 걸어보았지만 증도의 밤하늘에서는 불가능했다.

 

Al Kaphara별 주변의 측면은하 ngc3877는 꼬마 바늘은하답게  살짝 긁힌 상처마냥 별하늘을 길쭉허니 갈라놓았다.

 

이번에 기수를 사냥개 쪽으로 향해본다.

날선팔이 입체적으로 펼쳐 있어 역동적인 은하의 모습을 지닌 m106은 그저 타원은하처럼 조금은 밋밋한 자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쿤은하 ngc4490은 좌우로 뻣은 측면은하로 보이고 그가 가진 아들은하 ngc4485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질 않는다.

 

머리털자리에 바늘은하가 있다면 사냥개자리에는 은바늘은하 ngc4244가 있다.

앞서 살짝 긁히고 지난 상처였다면 은바늘은하는 칼에 베인 상처처럼 날까롭기 그지없다.

중앙이 불룩하고 양끝이 가는 측면은하지만 중앙에 얽히고 설힌 암흑대는 관측되질 않는다.

 

용자리 꼬리부분에 위치한 ngc4236은 9.7등급의 양호한 밝기의 은하지만 중심부가 선명하지 않는 불규칙은하이기에 은하다운 모습은 관측되지 않고 그저 은하가 있다라는 흔적만 감칠맛나게 관측되었다.

 

기수를 인근 까마귀자리 안테나은하(ngc4038) 일명 더듬이은하를 향했다.

관측포인트야 당연히 더듬이가 보이느냐 안보이는냐인데 당연히 더듬이는 보이질 않는다.

두 손가락으로 만드는 작은 하트모양으로 엇갈린 은하의 모습이 아주 희미하게 관측된다.

 

 

#4  사자의 갈기가 아름다운 이유 :  HCG44

 

다수의 은하모여 한 시야안에 모여있는 힉슨컴팩트그룹(Hickson Compact Group) 목록 중에 HCG44는 ngc3190(10.9등급), ngc3193(11등급), ngc3185(12.1등급), ngc3187(13.3등급) 네개가 몰려있다.

이날 밝기 순으로 아쉽지만 세개까지는 희미하게 관측이 되었다.

특히 ngc3190과 3193은 핵과 헤일로가 희미하게 보이고 ngc3185는 수차례의 주변시 활용으로 희미한 성운끼 형태의 헤일로가 관측되었다.

다만 가장 어두운 ngc3187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도저히 보이질 않았다.

 

leo tripet으로 얼굴은하로 유명한 m65,m66,ngc3628를 관측하고 곧바로 사자의 배에 무리를 지어 있는 세개의 은하 m105(9.2등급), ngc3384(9.9등급), 3389(11.9등급)을 관측했다.

12.5mm 아이피스안에 세개의 은하가 관측되며 특히 ngc3389는 어둡고 작아 처음에는 보이질 않았지만 주변시를 적극활용하여 장시간 관측하니 보이기 시작했다.

올초 야간비행 천문인마을에서 20인치 돕으로 관측해 스케치로 남겼던 터라 12인치로는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성공적으로 관측이 되니 나름 쾌감을 느꼈다.

다시 주변에 널무러져 있는 m95와 m96에 이어 K별을 중심으로 ngc3367 3377, 3377a 또한 아주 희미한 성운의 흔적으로 관측했다.

 

사자자리의 이중성을 관측했다.

알파별 Regulus의 이중성은 너무 쉽게 분해되어 보이지만 감마별 algieba는 주성과 반성의 크기가 워낙 차이가 나는 탓에 반성을 분해해서 보기가 참으로 까다로웠다.

북극성 반성 그 이상으로 작고 찾기가 까다롭다.

알파별 레굴루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불규칙은하 UGC5470를 찾아본다.

스카이사파리에서 처럼 별보석이 촘촘히 박힌 불규칙 성운과 같은 느낌적 느낌이 전혀 관측되질 않는다.

주변시를 백변을 활용해도 오늘은 이놈이 내겐 안보이기로 작정한 듯 하다.

 

새벽 두시를 넘어선다.

안개로 이슬도 없는 완벽한 하늘이나 그저 목포쪽 광해와 산재한 led 가로등이 아쉬운 섬에서의 관측이었다.

 

첫 섬 관측치고는 나름 선방한 듯 하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전남의 섬들 중 도심권과 좀더 멀리 떨어져 있는 섬에서 관측을 해보고 싶다.

유명하지 않아서 가로등이 적은 섬..유명하지 않아서 사람의 발길이 뜸한 섬...그런 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