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소 : 전남 강진군 무위사 인근 공터
▣ 관측시간 : 2019.11.29 19:30~00:00
▣ 관측장비 : 12인치 라이트브릿지 돕/Denkmeier Binotron-27(SWA 27mm), XWA 9, 20mm, HWF 12.5mm
▣ 관측대상 : 기린(IC342), 백조(NGC6960), 황소(M1), 쌍둥이(M35, NGC2158), 페르세우스(M34), 물고기자리(M74), 천왕성
좋은 월령에 늘 날씨가 변수다
전날 미세먼지가 나쁨수준이었지만 구름한점 없는 하늘이었다.
늦은 오후까지만 해도 나갈 생각에 이것 저것 생각에 일이 좀처럼 손에 잡히질 않았는데 막상 퇴근해 하늘을 보니 시상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미세먼지 때문일까?
느껴지는 공기맛도 쾌청한 날들의 맛과는 사뭇 달랐다.
순간 갈등이 일었다.
사무실을 일찍 나서긴 했고 저녁도 일찍 먹었는데.....차에 망원경만 옮겨실으면 그냥 되는데.....
그냥 포기하고 영화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제목은 "블랙머니"
관측기에서 영화감상평을 하기 곤란하지만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은폐를 다룬 영화이며 보고나니 욕만 나왔다.
그렇게 월령이 좋은 목요일은 공치고 다음날(29일)이 되었다
그야말로 대박하늘이었다.
미세먼지 없는 최고의 하늘이었다.
근데 저녁부터 서쪽에서 구름이 몰려온단다.
지금의 하늘상태로 봐서는 절대 그럴일이 없을 것 같지만 위성영상을 보더라도 서쪽에서 높은 상층운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다.
"제기랄....이번 월령에는 고작 한번으로 그치는건가? 어제 나갔어야 했나?"
막심한 후회가 밀려오지만 한켠에서는 일말의 기대감이 사라지지않는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도 하늘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저녁노을 색감도 아름다웠다.
다른 지역에서도 갈등이 되는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근데 대부분 날씨가 안좋을 것 같다는 이유로 취소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모아니면 도다 식으로 장비를 챙겨 관측지로 떠난다.
구름이 밀려오면 그냥 접고 오면 되지 하는 반포기의 심정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찾았다하나 본 것은 아니다?
관측지에 도착해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지만 북서쪽을 중심으로 구름이 듬성듬성 절망스럽게 드리워져 있다.
인근 양곡장 불빛도 오늘은 꺼져있지만 다른 쪽 민가에서 환하게 불을 껴놓은지라 관측상황은 도긴개긴이었다.
구름이 곧 몰려올꺼란 급한 마음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스케치북을 들었다.
사무실에서 잠깐 준비한 관측목록 메모를 망원경 접안부에 붙이고 첫대상을 향해본다.
기린자리에 있는 IC342(국부은하군에서 가장 가까운 마페은하군에 속해 있으며 약 7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전형적인 나선은하이고 겉보기 등급도 그리 어둡지않은 대상인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나타나질 않는다.
파인더 스타호핑으로 정확하게 위치를 찾아봐도 내 눈에 보이질 않는다. 분명하게 맞는데도
20~30분을 헤메고 헤메다 어슴프레 성운기를 품은 별무리를 찾았는데 영 만족스럽지가 않다.
찾았다고 해야하나? 보았다고 해야하나?
답은 찾았으나 정확히 보지 않았다?!
* PS. 나중에 이 글을 적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IC342는 우리은하 적도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은하수 먼지로 인한 차폐로 천문학자들 조차도 관측하기 어려운 천체라 한다.
"어쩐지.....내 실력이 부족하거나 눈이 나쁜게 아니었어 ㅋㅋ"
구관이 명관이다
다음차례는 완전 반대방향의 여름철 별자리 백조로 향한다.
서베일성운 NGC6960 을 찾아 아이피스를 들여다 보았으나 안보인다.
"헐........무슨일이지? 아~ 필터를 끼우지 않아서 그렇구나"
O3필터를 끼우고 다시 보니 그제서야 제트기류를 길게 내뿜고 사라진 전투기의 흔적인양 좌우로 길다란 성운이 관측된다.
"스케치북..스케치북!!!"
급하게 스케치북을 들고 그림을 그린다. 백조자리 52번별과 몇개의 주변별을 그리고 그 별 사이를 지나는 듯한 가늘고 길다란 성운을 그려본다.
NGC6960 : http://blog.daum.net/damur21/363
이번에 다시 정반대로 돌려 그동안 무시했던 황소자리의 M1 게성운을 겨냥한다.
그냥 회색의 얼룩 반점정도로 생각해서 스케치 대상에서 늘 제외되었지만 메시에 대상 스케치 완성을 목표로 했으니 싫어도 해야지 하는 맘으로 스케치북을 들었다.
덴크마이어 쌍안장치로 보는 것보단 12.5mm 단안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게모양은 온데간데 없구 안쪽의 거대한 필라멘트 구조는 더더욱 분해가 안된다(당연한거겠지만...)
커다란 잿빛의 럭비공이라 해야할까? 맛난 해남 호박고구마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종이에 커다랗게 찍은 엄지손가락 지장이라고 해야하나?
고배율로 보는 M1은 예상과 달리 커다란 타원의 잿빛형상으로 6500광년을 달려 내 눈앞에 다가왔다.
초신성 폭발의 잔해로 크기는 약 11광년이며 현재로 1500킬로 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한다.
1054년 최초의 기록이 나오며 메시에는 밝은 혜성으로 파악했다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메시에 목록에 편입시켰다고 한다.
"역시 어두운 대상은 쌍안장치의 빛손실이 시상에 절대적이군..쩝"
쌍안장치의 무기력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M1 : http://blog.daum.net/damur21/362
겨울은하수가 지나는 카시오페아 옆 페르세우스의 M34를 그린다.
워낙 광범위해서 20mm 저배율로 관측했다.
1400광년 거리의 5.5등급으로 날이 좋은 날에 맨눈 관측이 가능한 천체이다.
반경이 7광년으로 약 100여개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Y자형 스타체인이 눈길을 끈다.
M34 : http://blog.daum.net/damur21/360
하늘을 쳐다본다. 듬성듬성 상층운이 지나가지만 별관측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오리온대성운을 한번 더 관측하면서 이전 스케치를 더 완성해본다.
성운과 비성운 부분, 암흑대 부분등을 더 명확하게 색을 덧입혀보았다.
그리고 별분해가 안되었던 M79는 날씨탓이었을까 오늘따라 수십개의 별들이 분해되어 보였다.
구경만 좀더 높히면 멋진 구상성단의 모습이 가능하리라 본다.
M42 : http://blog.daum.net/damur21/358
M79 : http://blog.daum.net/damur21/356
남쪽하늘 컨디션이 좋아지니 물고기자리의 천왕성과 M74를 관측했다.
20mm와 12.5mm 로는 주변 백색별들과 구분이 안되어 긴가민가 했지만 덴크마이어 쌍안장치 고배율로 보니 색감이 은근히 드러난다.
옅은 하늘색.......
"아...아름답다. 참으로 심미적이구나"
M74는 IC342처럼 정면 나선은하로 9등급의 어둡지 않은 은하이다.
메시에 목록답게 쉽게 관측은 되나 역시 나선별과 외부성운들은 보이지가 않는다.
그저 둥그런 잿빛 탁구공 정도로 해두자.(M1을 잿빛 럭비공으로 표현했으니)
그리고 싶었으나 이보다 더 유의미한 대상을 그려야겠기에 대상만 확인하고는 다음 관측여정을 이어갔다.
맘이 깊어가니 추워져간다.
손과 발이 시렵다.
휴대용 히터가 있지만 관측에 지장을 줄 수는 없으니 이마저도 세게 켤 수가 없다.
예상한대로 11시가 넘어 12시에 임박하니 서쪽에서 구름이 길게 들어온다.
급한 마음에 쌍둥이자리 M35와 NGC2158을 겨누었다.
아이피스롤 보자마자 경탄과 탄식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별무리가 아름다워서 경탄했지만 이걸 어떻게 표현하지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전에 마차부자리의 M38과 NGC1907과 많이 닮아있다.
그때 부자성단이라고 했었나?
이번 대상도 어김없이 부자성단이었다.
커다란 M35 8시 방향으로 아주 작은 별무리로 인해 성운처럼 보이는 NGC2158이 그것이다.
M35는 중심부에 일자형태로 길게 늘어선 스타체인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한점 한점 정확한 위치에 비슷한 크기로 점을 찍어나가니 어느덧 50분이 훌쩍 넘는다.
역대 가장 긴 시간에 걸쳐 그리지 않았을까?
M35 & NGC2158 : http://blog.daum.net/damur21/361
밤을 새웠을 나를 위해 구름이 몰려온다
마지막으로 페르세우스자리의 M76 일명 작은아령성운을 찾는다.
아......순식간에 서쪽으로 몰려오는 구름이 남쪽까지 길게 늘어서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동쪽만이 열려있어 계속해서 올라오는 겨울철별자를 관측할 수 밖에 없지만 자정에 임박해 관측을 접었다.
이전같았으면 체력을 믿고 끝까지 갔겠지만 나는 환자라는 생각에 더는 무리할 수가 없었다.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30%가량 향상되고 체온이 내려가면 그만큼 면역기능이 떨어져 암세포가 활발하게 활동한단다.
발과 손이 얼대로 얼어있는 상황이라 더는 미련없이 장비를 접고 철수한다.
"일기예보는 가라. 다만 별에 대한 내열정에만 의지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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