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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관측/관측일지

2019/10/19 갑상선암 극복 후 첫 관측후기(강진무위사)

장 소 : 전남 강진군 월출산 경포대 주차장

관측시간 : 2019.10.19 / 20:30~22:30

관측장비 : 12인치 라이트브릿지 돕/ XWA 9, 20mm, HWF 12.5mm

관측대상 : 카시오페이아(ngc457, 7789), 안드로메다(m31,32, 110), 삼각형(m33), 페르세우스(ngc869, 884), 하현달

 

뜻밖의 건강 적신호

 

2019년 7월 2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했다.

 

지난해 11월 건강검진에서 뜻하지 않은 암이 발견되어 2019년 1월에 암 의심판단을 들었다.

그리고 올해 3월 29일 최종적으로 암 확정선고를 받고 다시 3개월을 기다려 7월 2일에 갑상선 반절제 수술을 했다.

 

모두가 갑상선암은 대수롭지 않고 거북이 암이라 진행속도가 느려 예후가 좋다고 하고 로또암이라고 해서 나는 수술전까지는 일상에 변화없이 살았다.

 

7월 2일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려고 할 즈음 2주 후 조직검사에서 예상치 않은 소견이 나왔다.

일반적은 갑상선유두암(예후가 좋아 10년 생존율이 90% 후반대까지 나옴)의 변종인 미만성경화변종(예후가 불량하고 재발과 폐와 뼈전이가 상대적으로 높은 등 공격성이 강한 유두암의 변종)으로 나온 것이다.

거기에다 임파선 전이(0.3mm, 피막밖 뚫음)가 하나가 나오기까지 했다.

 

0.5mm 작은 유두암 하나라 반쪽 갑상선을 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지금까지의 소견을 철썩같이 믿고 수술날짜를 무덤덤히 기다려왔고 하던 일들도 열심히 의욕적으로 하면서 지내왔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당시 의사 수술후 소견을 들으러 간 날은 이렇게 내 인생에 최대 시련이었다.

당장의 수술후유증이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마니노선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변종암은 공격성이 강해 폐나 뼈까지 원격전이 할 수도 있고 재발율이 높아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나머지 반대쪽 갑상선을 떼어내는 재수술과 방사성요우드 치료까지 해야하다며 의사샘은 12월 10일에 재수술까지 잡았다.

 

" 또 수술이라니....부작용이 있는 방사성요우드 치료까지...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내와 세아이를 생각하니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다.

술담배 안하고 운동 꾸준히 하며 건강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는데 암이 내게 오고야 말았다.

그렇게 9월까지 나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야말로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죽음의 공포까지 느꼈다.

 

특히나 갑상선호르몬약 복용에서 오는 극강의 부작용(무기력, 우울감, 피곤, 체중감소, 소화불량, 식욕감퇴, 탈모)과 건강염려증에서 오는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했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지나온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 보는 성찰의 시간

 

이 세달의 기간에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보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왜 하필이면 나인가?' 등등의 생각으로 하늘을 원망했지만

 

'내가 제대로 살아왔는가?'

'하나님을 제대로 믿었는가?'

'나만을 사랑하면서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는 않았는가?'

'가족과 부모에게 제대로 남편의 역할, 아비에 역할, 자식의 역할에 충실했는가?'

등......모든 것이 내 탓임이 깨달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2014년 세월호사건 이후 나는 신앙이 너무 힘들었다.

차디찬 바다속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앞에 무기력한 하나님을 보면서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심한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후로 나는 거의 신을 부인하다시피 하며 살았다.

더더욱 직장, 취미생활, 가족이란 울타리만를 빙빙돌면서 나만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근데 후에 암으로 아프고 나니 불신앙의 원인이 세월호 때문이 아니라 지금 내삶에 부족함이 없으니 내 맘대로 살고 싶어서 주를 부인했던 것이라고 깨달아졌다.

 

 

이렇듯 지나온 세달의 시간은 지나온 내 삶을 성찰하게 되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이지 않았나 싶다.

잃었던 신앙도 덩달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가족이 이때처럼 소중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던가?

이토록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이 간절히 필요했던 적이 있었던가?

하늘의 해와 달과 별, 자연만물, 공기....모든 것이 이리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살아있는 하루 한시간이 기적임을 나는 왜 모르고 살았을까?

늙는 것이 서럽고 백발이 되어 죽는 것이 고통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백발이 주의 면류관임을 알게 되었다.

젊은날에 피지못해 땅으로 떨어지는 꽃들이 많은데 늙어 수명이 다해 죽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가 절로 깨달아졌다. 

 

그렇게 삶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 남은 인생에서의 삶을 대하는 자세와 각오를 할 즈음 

7월 말경 한 지인분이 평소 알고지내던 신촌세브란스 피부암 유명의 통해 8월 26일 같은 병원의 유명한 갑상선암 전문의 진료예약을 잡아 주셨다.

원래 이분은 올해말까지 진료가 꽉 차있어서 진료가 불가능했었다.

 

 

뜻 밖에 찾아온 기적

 

8월 26일 떨리는 마음으로 조직검사 결과지를 들고 신촌세브라스 갑상선센터를 찾았다.

 

소개받은 의사샘께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지를 내밀었다.

구구절절히 삼성서울병원에서의 사연을 말했다.

그런데 의사샘의 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이런걸루 수술을 왜 해요? 나같으면 안하겠네요"

"........."

"변종이라고 해도 유두암일 뿐입니다. 한쪽을 깨끗히 암과 함께 제거했다면 그냥 1년 한번씩 추적관찰하면 되요. 혹시라도 재발하면 그때가서 수술하면 돼요"

"그래두 변종에다가 임파선 전이에 피막밖까지 뚫고 나왔는데요?"

"그런건 상관없어요. 수술하지 마요"

"저야 수술 안하면 너무 좋긴한데......괜찮을까요?"

"언제 초음파 다시 하기로 했죠?"

"10월 2일이예요"

"그럼 그때 그 초음파결과지 가지고 다시한번 와요"

 

뜻밖에 소견에 나는 적잖게 당황했다.

안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사실 기대도 안하고 온건 사실이다.

대형병원은 거의 다 병리적 판단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의사들끼리 다 연결되어있어 타 병원 수술환자를 그리 환대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래서 삼성병원과 동일한 병리판단을 할것이라 생각했는데 완전 반대 소견을 냈다는 것에 나는 한가닥 희망줄기를 보았다.

시간이 흘러 10월 2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초음파를 찍고 10월10일에 초음파 결과지를 들고 신촌세브란스를 찾았다.

당연히 의사샘은 깨끗하니 1년 뒤에 보잔다.

 

다음날 11일 원래 진료예약이 되어있던 삼성서울병원에 검사(10월 2일 검사) 결과를 청취하러 갔다.

 

 

다시금 주신 삶의 기회

 

'신촌세브란스는 할 필요없는 소견이나 삼성은 분명 하자는 의견일텐데 어쩌지?'

 

그런데 삼성병원 담당의사선생님이 뜻밖의 진단을 내려주신다.

유두암 변종이 이제 막 시작단계이고 초음파 결과가 깨끗하여 향후 계속 추적관찰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같은 과 의사들과 한달에 한번씩 하는 컨퍼런스에 내 케이스가 워낙 희귀해 수술건을 상정해 논의를 해보았는데

조직검사를 했던 선생님들로 부터 해서 종합적인 논의결과가 추적관찰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아..............이게 사실이란 말이가?"

 

무덤덤히 수술을 기다려왔건만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이게 말이 된다말인가?

이것이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 기적이라 말인가?

 

"내 삶에도 기적이 오는 구나."

 

그 동안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엄청 기도했다

울며불며 죄를 회개하며 다시금 열심히 의롭게 살테니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다.

또한 가족을 비롯해 새로운교회 목사님과 교인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셨다.

9월까지 수술 후유증으로 힘들었는데 10월부터는 기적과도 같이 몸 컨디션이 회복되었던터라 지금 이 상태로만 쭈욱 가주면 좋겠다고 애원하며 기도드렸다.

남은 반쪽 갑상선이 약을 먹지않고도 호르몬 분비 등의 기능을 너무나 잘 해주고 있던터라 남은 반쪽만은 남겨달라고 기도했다.

내 삶에 기적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기적이 내 삶에 찾아왔다.

 

갑상선암은 어쩌면 내 인생에 큰 시련임에는 분명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의 방향을 설계하게 만든 고마운 존재?인거 같다.

 

언제라도 재발할 수는 있기에 늘 몸에 품고다니는 가시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삶의 자세가 흐트러지면 언제든 다시 나를 찌를 수 있기에 하늘앞에나 땅앞에나 흠없이 반듯이 살아야겠다

이왕이면 그 분이 바라시는 것처럼 의롭게 살고 주변 이웃을 살피는 등 사는 모든 이와 공감하는 삶을 살아야 겠다.

 

나는 지금을 사는 이 순간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기적과도 같이 별지기의 삶은 다시 시작되고....

 

기적과도 같이 회복된 몸의 컨디션 때문에 어쩌면 볼수 없겠다고 포기하다시피 했던 별지기 삶을 다시 시작했다.

그게 바로 2019년 10월 19일 관측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나는 이날을 기념하고 싶다.

내가 다시 별지기를 시작한 바로 그날....새롭게 태어나 새롭게 시작한 별관측

 

늘상 가던 강진월출산 경포대주차장에 도착했다.

가을 등산을 즐기려는 분들이 주변 산장에서 먹고 마시며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인근 한옥민박...하나 밖에 없어 언제든 끌 수 있는 가로등이 그새 2개가 더 생겨버렸다.

 

".........여기도 이제 관측지로써 사망선고를 내려야겠군"

 

주변 무위사를 가보았다.

역시나 주차장에 가로등이 3개가 무심히 짙은 어둠을 훼방놓는다.

아래로 아래로 그냥 포기하는 맘으로 차를 몰고 내려왔다.

마을 어귀쯤에 컨테이너 두개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고 약간의 공터가 있었다.

저멀리 마을 가로등 불빛이 그리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이곳에 이런 공터가 있다니.....주변 시야도 가리는 것이 하나도 없는 걸"

 

 

뜻 밖의 복병 - 건전지 방전

 

차를 주차하고 망원경을 설치했다.

그림을 그릴 스케치북과 펜.....야외용 탁자, 관측의자, 소형히터...다 설치했다

스케치할때 꼭 필요한 붉은색 렌턴 스위치를 켜보았다.

어이쿠....건전지가 다 닳아버렸다.

 

"렌턴없이는 절대 천체스케치를 할 수가 없는데 어쩌지?"

 

주변이 시골이라 수퍼마켓을 당연히 없는데....

다행히 오다가 구멍가게 하나를 보았던터라 장비를 내버려둔채 차를 몰고 5분 거리의 구멍가게로 달려가서 건전지를 여쭈니 AAA만 다 팔렸단다,

 

"ㅠㅜㅠㅜㅠㅜㅠㅜㅠ"

 

월출산경포대 주변 관광팬션단지로 달려갔다.

매점문이 닫혀있다.

전화하니 밖에 나와서 바로 갈 수가 없단다.

다시 경포대 산장으로 갔다.

여전히 밝은 불을 켜놓고 다음날 월출산행을 위해 사람들이 여장을 풀고 즐기고 있다.

매점이 하나가 보인다. 똑똑 두들겨본다.

 

"뭣 사실라고?"

"건전지 좀 있어요"

"얼맨한거?"

"손가락만한거요"

"그거는 있재...그란디 가격이 얼만지 모르는디 어쩐다?"

"제가 인터넷에서 검색해볼께요"

"그냥 한세트에 천원씩해서 두세트에 2천원 주쇼"

옆에 어르신이 말리신다

"아녀...내가 일전에 사봤는디 한세트에 몇천원 한거같은디"

"그랴? 그럼 4천원 주쇼"

"아니 그건 좀 비싼거 같은데요. 여기 인터넷에서 40알에 5~6천원하는데 4알에 4천원이면 비싼데요"

"인터넷과 같은 가격으로 하면 안되재?

"그러지 말고 그냥 3천원에 하시면 안될까요?"

"그랴...그럼 3천원만 주고 가"

"네...고맙습니다."

 

 

시련은 있으되 포기는 없다

 

그렇게 건전지 공수를 마치고 다시 복귀한다.

주변 정미소에서 분주히 벼이삭을 말리는 밝은 불빛과 공장돌아가는 소리도 9시를 넘기는 불빛과 소움도 이내 물러가버렸다.

10시가 넘어가는 시점에 마을 가로등마저 꺼져 버리니 관측 주변에 고요한 어두움이 비로소 내려앉는다.

 

"어쩌면 평생 못 볼줄 알았던 별을 내가 이렇게 보다니.....

그냥 역사의 유물로만 남겨놓을 뻔한 천체스케치북에 이렇게 몇점의 습작을 남길 수 있다니.....

별지기만이 느끼는 '고독이 숙명'이라는 말조차 오늘 이렇게 정겹게 느껴지다니....."

 

http://blog.daum.net/damur21/340 (페르세우스 이중성단)http://blog.daum.net/damur21/339 (케롤라인장미 성단)http://blog.daum.net/damur21/338 (부엉이성단)http://blog.daum.net/damur21/337 (안드로메다은하)

 

(시계방향부터 안드로메다은하와 위성은하(M31, 32), 카시오페이아의 캐롤라인장미성단(NGC7789)와 올빼미성단(NGC457), 페르세우스 이중성단(NGC869, 884)

 

http://blog.daum.net/damur21/341 (달 어포컬촬영)

 

 

 

 

(XWA 9mm 어포컬 촬영)

 

 

맑음의 바다 오른쪽 두개의 분화구 중 큰 것이 아리스토렐레스이다.

비의 바다 오른쪽 산맥언저리에 있는 큰 분화구가 플라토, 바다 안쪽애 있는 큰 분화구가 아르키메데스이다.

코메루나니쿠스는 오른쪽에 흰색분화구다.

"아...초점을 좀더 맞추고 찍을 걸. 아쉽네"

무지개만은 아직 하현달이다 보니 입체감이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초저녁부터 폭탄수준으로 내리는 이슬과 10시에 떠오르는 달로 인해 짧게 끝난 첫 관측이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의미있고 뜻 깊은 시간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