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빅토리아(Victoria)’라는 지명이 참 많다. 멜버른이 위치한 호주의 빅토리아 주,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 홍콩 행정의 중심지인 빅토리아시티, 싱가포르의 빅토리아 스트리트, 그리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 주의 항구도시 빅토리아 등.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는 영국 여왕의 이름을 보면‘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특히 캐나다 태평양 연안 밴쿠버 섬 남쪽 끝에 위치한 빅토리아는 영국의 도시를 옮겨온 듯 영국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19세기 영국인들은 대서양을 건너 북미 대륙의 서쪽 끝자락에 전형적인 그들의 도시를 건설했다.
빅토리아는 캐나다에서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곳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보다 더 북쪽인 위도 48°에 위치해 있지만 가장 춥다는 1월의 평균 최저기온이 영상을 유지할 정도로 온화하다. 빅토리아 관광청이 지난 4~5월 여행 중 비가 내리면 500캐나다달러를 주겠다는 마케팅을 펼친 것도 온화하고 쾌적한 날씨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빅토리아 여행은 다운타운의 중심인 이너하버(Inner Harbour)에서 시작된다. 노란색의 고층 탑이 인상적인 방문객 센터(Visitor Info Centre)에서 입체 지도와 관광버스 노선도 등을 챙긴 후 문을 나서자 예쁜 요트가 들어선 그림 같은 항구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Parliament Building : 항구 서쪽 면에는 우아한 석조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의사당(Parliament Building)이 자리하고 있다. 서부 캐나다의 관문이자 대도시인 밴쿠버(Vancouver)가 아닌 작고 소박한 이곳에 주 의사당이 있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주도(州都)는 주의 역사가 시작된 빅토리아이다.
의사당 정문에서 신청하는 가이드 투어에 참가하면 푸른색 돔 지붕이 멋스러운 의사당의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외부가 웅장하고 우아한 모습이었다면 내부는 화려하다. 벽과 천장은 금박과 은박, 벽화로 치장됐고, 대리석 기둥과 스테인드글라스도 인상적이다.
의사당 앞의 축구장 크기만 한 잔디밭은 자유와 휴식을 만끽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띄엄띄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책을 읽거나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고, 헐거운 옷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기도 한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 국회의사당 앞에서)
Fairmont Empress Hotel : 이너하버(inner harbour)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항구 중앙에 자리한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The Fairmont Empress Hotel)이다. 빅토리아 메리어트 이너하버, 델타 빅토리아 오션 포인트 리조트 & 스파 등 항구 주변으로 최고의 입지와 시설을 갖춘 호텔들이 들어서 있지만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의 명성에는 두 손을 들었다. 1908년 문을 열어 올해로 101년이나 된 빅토리아의 상징 같은 건물이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담쟁이가 벽면을 온통 뒤덮은 거대한 궁전 모양의 호텔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곤 한다. 자유롭게 내부를 둘러볼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고, 지하에는 초창기 호텔의 모습과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전시실도 마련돼 있다. 영국식‘오후의 홍차’도 맛과 향이 풍부해 여행자들에게 무척 인기가 좋다. 호텔 정면에 놓인 나무 벤치에 앉아 잔디밭 너머로 바라보는 항구의 풍경은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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