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탑재] 은하철도999, 영원한 여행의 서사시가 되다
[개념탑재] 은하철도999, 영원한 여행의 서사시가 되다
(조우성님 페북글 펌)
1977년 쇼가쿠칸의 '쇼넨 킹'에서 연재를 시작한 마츠모토 레이지의 '은하철도999'는 1981년까지 연재되며 일본 SF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를 원작으로 한 TV 애니메이션은 1978년 9월 14일부터 1981년 3월 26일까지 총 113화가 방영되며 일본 SF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기계의 몸을 얻어 영원한 생명을 살 수 있다면, 과연 그것이 행복일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 이 작품은, SF라는 외피 속에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 서사시였다.
"모든 생명체는 단 한 번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은하철도999는 독특한 세계관을 제시했다. 기계 인간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서, 육체를 기계로 교체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인간성을 잃게 되는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13세 소년 호시노 테츠로(성우: 스기야마 카제마)와 미스터리한 여인 메텔(성우: 마스야마 에이코)이 탑승한 999호는 단순한 우주열차가 아닌, 인간성 탐구의 여정을 상징했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차장(성우: 토미야마 코우세이)의 존재는 작품에 따뜻한 인간미를 더했다.
토에이 동화가 제작한 TV 애니메이션은 미야타케 카즈테루의 메카닉 디자인과 함께 시각적 혁신을 이루었다. 1979년 8월 4일에는 스기우라 노부타카(린타로) 감독이 연출한 극장판이 개봉되어 약 14억 엔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극장판의 주제가 '은하철도999'는 가수 고다이 나츠코의 대표곡이 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의 시각적 표현은 획기적이었다. 증기기관차가 우주를 달리는 초현실적 설정, 19세기 유럽풍 의상과 미래 과학의 조화, 메텔의 롱코트와 총을 든 모습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미학을 창조했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들은 후대 작품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은하철도999는 깊은 철학적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영생을 위해 기계 신체를 갈망하는 인간들과 그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현대 사회의 기술 발전과 인간성 상실이라는 문제를 예견했다. 어머니를 죽이고 그녀의 기계 신체를 빼앗은 백작 부인과의 대결은 인간성을 상실한 불멸의 허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은 마츠모토 레이지의 다른 대표작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레이지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우주전함 야마토'의 스타샤와 메텔의 연관성, '캡틴 하록'의 세계관 공유 등을 통해 작품들은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형성했다. 이는 현대 미디어 믹스의 선구적 사례가 되었다.
1998년에는 극장판 '은하철도999 극장판 ETERNAL FANTASY'가 제작되었고, 2004년에는 '은하철도999 GALAXY RAILWAYS'라는 새로운 해석의 작품이 등장하며 시리즈의 생명력을 이어갔다.
현대의 관점에서 은하철도999는 더욱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AI와 신체 개조 기술이 발전하는 현재, 인간의 본질과 육체성에 대한 작품의 물음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기계화된 신체를 통해 영생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은, 포스트휴먼 시대를 앞둔 우리에게 중요한 화두를 제시한다.
"さよなら私の母よ"
(안녕히 가세요, 나의 어머니여)
- 은하철도999의 대표적 명대사, 인간성의 의미를 되묻는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