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관측/태양계 촬영

아듀..... 니오와이즈 혜성

섬뜩한 침묵 2020. 7. 29. 21:39

2020년 7월 25일 토요일...

주간 예보에서는 어김없이 장마비가 내린다고 했으나 막상 토요일 정오가 되니 서쪽부터 구름이 가시기 시작했다.

유심히 계속해서 하늘을 지켜보았는데 오후가 깊어지니 목포 하늘이 서쪽을 중심으로 개인다.

그러잖아도 앞서 7월 16일 천사대교 조명으로 니오와이즈혜성 촬영사진들이 만족스럽지 못해 늘 아쉬웠기에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날씨가 개이자마자 급 출사준비를 시작했다.

지난번 처럼 동행했던 초보 별지기와 약속을 잡고 곧바로 네이버카페에 목포쪽 하늘 상황이 좋아졌다는 글을 올리니 대여섯분이 뜨겁게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가급적 서쪽으로 가야 구름의 영향을 덜 받을 것 같다는 판단에 신안 자은도를 선택했다.

저녁 7시를 훌쩍 넘어서야 짬이 났고 지기와 함께 자은도로 출발했다.

 

신안 천사대교를 타면서 북서쪽 하늘을 바라보니 아.....구름이 차기 시작했다.

지평선 부근엔 구름이 없다지만 혜성이 위치해 있을 중고도의 하늘에는 심술이라도 부리듯 구름이 한가득이다.

절망적이었다.

그래도 위성구름으로는 괜찮아 진다고 하니 희망를 버릴 수는 없지

목적한 자은도 내치해변으로 계속 운전대를 잡았다.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검은 어둠이 내렸다.

개장하지 않은 해변이라 인프라가 엉망이고 제대로 된 길조차 나있질 않았다.

비포장 도로, 농로길, 시골 마을길.....

몇번을 헤매다가 미리 와 계신 나주 은하수님 덕분에 좋은 장소를 찾을 수가 있었다.

급하게 장비를 설치하고 사진촬영을 시작하려 했지만 어느새 구름이 온 하늘이 까맣게 뒤덮었다.

하지만 일기예보로는 곧 맑아지겠다는고 하니....

믿음을 갖고 기다는 수 밖에......

얼마나 기다렸을까?

카메라앞에서 넋을 놓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데 30분이 지나서니 거짓말처럼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구름한점 없이 열리더니 남동쪽에 진한 은하수 마저 시야를 꽉 채우는 것이 아닌가?

월령이 4.8임에 불구하고......

 

(캐논6D개조 삼양135mm ISO1600 1/2초 f4)

 

재빠르게 니오와이즈혜성이 위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셔터를 눌렀다

구름이 채가시지도 않은 시점이었지만 말이다.

 

한장을 찍고 습관처럼 화면으로 사진을 확인 하자마자 난 그만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

구름사이로 혜상이 비집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캐논6D개조 삼양135mm ISO2500 10초 f2.8)

(캐논6D개조 삼양135mm ISO3200 10초 f2.8)

(캐논6D개조 삼양135mm ISO4000 8초 f2.8)

그때부터 부지런히 찍고 또 찍었다.

쌍안경으로 어김없이 보이고 안시로도 희미하게 혜성이 보였다.

이건 정말 삶에 있어 참으로 큰 희열이었다.

 

심리학자 아브라함 H. 매슬로 그의 저자 존재의 심리학에서 절정경험(peak experience)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지

"절정경험이란 부모가 되는 경험, 신비 또는 광활함에 대한 경험, 자연에 대한 경험, 미학적 지각, 창조적 순간, 치료적 또는 지적 통찰력, 오르가즘의 경험, 특정 운동에서의 성취 등을 맛보는 순간이 있다. 이런 최상의 완성감을 느끼는 순간에 기본적으로 나타나는 인지적 현상들을 절정경험이라 부르며 일상생활에서 이를 얼마나 많이 경험하는지가 자기실현 정도의 척도가 된다"

 

내가 오늘 느끼는 이 절정경험은 분명 우주의 신비가 주는 경험이고, 무엇보다 우주와 내가 일체가 되는 강력한 연결감에서 오는 느낌적인 느낌이 아닐까 싶다.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았다.

비록 서쪽 먼바다에 고깃배 불빛이 있긴 하지만 혜성이 아직 고도가 있어 여전히 찍을 만했다.

지평선으로 더 내려오기에 멋진 작품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 뇌를 완전히 지배해 버린듯 했다.

 

(캐논6D개조 삼양135mm ISO3200 5초 f2.0)

(캐논6D개조 삼양135mm ISO3200 10초 f2.0)

(캐논6D개조 캐논50mm ISO1600 5초 f2)

(캐논6D개조 캐논16-35mm ISO3200 10초 f2)

 

그렇게 셋이서 셔터를 누르고 있을때 뒤 늦게서야 Nameless님이 도착했다.

이 분도 장비를 설치하자마자 셔터를 누르고는 곧바로 화면속에 나타나는 혜성의 모습이 보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낮에 내가 번개를 제안했던 것이 이렇게 지인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니 조금은 흐뭇하다.

또 한참 후에야 창원 별빛호수님도 어렵사리 왔는데 이때는 혜성이 많이 남하한터라 조금은 아쉽고 미안했다.

광주에서 온다는 Our universe 님은 이곳을 찾지 못해 결국 인근 체육공원에 터를 잡고 촬영을 하셨단다.

 

그렇게 정신없이 혜성을 찍고는 다른 곳을 올려다 볼 여유가 생길 즈음 반대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진한 여름은하수가 동과 서를 가르고 있었다.

기수를 남동쪽 하늘로 돌려 동서를 가르는 하얀 은하수를 찍었다.

적은 노출로 선명한 상을 찍을 수 있었고 풍력발전기까지 있으니 사진의 운치는 더할 나위 없었다.

 

(캐논6D개조 캐논16-35mm ISO3200 10초 f2.8)

(캐논6D개조 캐논50mm ISO1600 10초 f2)

(캐논6D개조 캐논50mm ISO1600 15초 f1.8)                              (캐논6D개조 삼양135mm ISO3200 8초 f2)

그렇게 12시가 다 되어갈 즈음......혜성이 지평선까지 내려올 즈음

다시 구름이 거짓말처럼 온 하늘을 뒤 덮었다.

그 선명한 은하수도...그 밝았던 혜성도 순식간에 구름속으로 풍덩빠지더니 이내 흔적 없이 사라졌다.

 

소설가 파울로 코에료는 그의 소설 알레프에서 이렇게 말했다.

"산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