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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관측/관측일지

천문지도사 1급 연수 후기(4회차)

전국이 찜통더위로 가마솥같이 펄펄 끓는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리던 장맛비가 다행히 이때만 북부지방으로 북상하면서 광시야 촬영 수업을 도와주기라도 하는 듯 하늘이 높고 뭉게구름이 예쁘다.

한 달 전 한국 고천문학에 관한 뜨거운 강의 때문에 국뽕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그리운 연수 동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1주일 전부터 기분이 들떠있었다.

 그런데 이번 연수 장소는 제천 청풍…….

명산 월악산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충주호와 청풍호는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지만 이곳 목포에서의 여정은 지난번 여주와 안성보다 더 먼 거리이다보니 웃픈 상황이 되어버린다.

수업 시간이 3시라 출발 시각이 여유가 있다지만 하루에 편도로 4~5시간을 운전한다는 것이 나이가 반백이 넘은 나에겐 더욱더 힘든 고역이다. 그래서 선택한 선택지는 전날 대전 인근 친구 집에서 회포를 풀고(목포-대전 2시간 반) 당일 대전에서 제천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지난번도 그랬고 이번에도 쪼개서 올라가기를 택하니 오랜 친구와의 만남과 별린이 분들과 만남을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이니 다음 5회차 연수도 이렇게 해야겠다.

 친구와 회포를 푼 다음 날 여유롭게 갈 채비를 한다.

예쁜 하늘을 거울삼아 제천으로 달려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마음이 즐거워서였을까? 

눈에 부딪히는 모든 것이 다 의미 있게 다가오니 나를 힐링시켜주는 고함량 비타민과도 같다. 도착 전 학창 시절 즐겨 찾았던 제천 맛집 명동손칼수에서 거한 손칼국수 한 사발 들이켜니 아쉬운 20대의 추억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다시 운전대를 돌려 목적지로 가는 도중 제천시 금성면과 청풍면의 아름다운 산과 강이 오늘의 기대를 한껏 높여준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오늘의 연수 장소인 리조트 객실 안에 들어서니 1급 2기 연수 인원 규모에 딱 맞는 앙증맞은 거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조금은 당황스러운 장소이기는 했지만, 그것도 잠시. 좋은 분들과 맛난 간식을 보니 이내 마음이 넓어진다. 

오시는 한분 두분 인사를 청하고 본격적인 오늘의 광시야 촬영 수업은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안시관측을 하면서 가끔 광시야 촬영을 해왔지만 늘 결과물엔 고민이 한가득 묻어나온다.

그래서 내 사진을 보면 우울해지고 슬퍼졌다. 힐링이 되고 기쁨이 되어야 할 사진으로 인해 오히려 행복할 수가 없었다.

촬영기술, 소프트웨어 활용에 가뜩이나 목이 말라 있던 나에게 오늘의 조영우 작가님의 광시야 촬영 수업은 가뭄의 단비 그 이상이다.

수업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를수록 그간 내 광시야 촬영이 얼마나 허접하고 대충이고 우울함이 한가득하였는지를 알게 되었다. 점상촬영, 일주촬영, 타입랩스촬영에 필요한 기법, 소프트웨어 활용기술 등등…….

작가님의 거침없는 강의와 연수생들의 참여 열기는 뜨거운 여름밤을 더더욱 달구는 듯하다.

 
 

어느덧 시간 22시 반. 

밤하늘 촬영 실습하기에 참 좋은 하늘이 펼쳐진다. 전날까지 중부지방의 장마는 언제 있었냐는 듯 참으로 쾌청한 하늘을 선사해준다. 리조트 단지 내부 또한 높은 led 가로등 대신 낮은 높이의 은은한 등불이라 촬영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으니 날씨와 장소의 선택이 이보다 더 절묘할 수가 있을까?

단지 내 전망대에서 그렇게 모두는 저마다의 장비로 저마다의 색깔로 촬영 실습을 시작했다.

누구는 일주 촬영을…. 누구는 점상 촬영을…. 누구는 그저 이 광경이 좋아 연실 상대를 찍어주는 재미로…….

 나는 무엇을 찍을까?

하늘에 구름이 지나가니 타임랩스로 찍어보기로 하고 은하수 중심부가 있는 궁수와 전갈자리로 카메라를 설치했다.

기본 세팅 값으로는 셔트스피드 15초, iso6400, f4로 조정하고 장수는 2백 장, 인터벌은 1초

 시작~~~

 찍는 동안 주변 동기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가져온 쌍안경으로 여름철 대상을 훑어보기도 한다. 구름이 남쪽 대상을 꽉 가로막았지만 타임랩스로 펼쳐질 구름의 이동과 구름 사이로 드러날 별과 은하수를 기대하니 구름이 밉지가 않다.

청풍호를 바라본 밤하늘 구름과 은하수

 

아쉬운 두 시간여의 촬영 실습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인생사 가장 소중한 친교? 의 시간을 갖는다.

새벽 1시….

건하게 차려진 술상…….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기들의 발그레한 얼굴…….

끊임없는 이야기꽃…….

시간이 지나 마침내 들려오는 주변 코골이소리의 향연…….

 

그렇게 밤을 건너 새벽을 지나 아침을 맞이한다.

어느새 깔끔하게 정돈된 숙소……. 

거실 테이블에 인원수대로 차려진 컵라면과 바나나…….

모두는 그렇게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베풀고 있었다.

 

다시 시작된 일요일 오전 연수.

전날 찍은 사진에 대한 편집과 보정에 대한 강의가 시작된다.

촬영에 성공한 분들의 입가엔 천하를 얻은 듯한 미소가 번지고 촬영이 익숙하지 못한 분들은 그럴지라도 만족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든 수업은 그렇게 10시 반이 되어서 종료가 되고 우리는 아쉬운 이별로 다음을 기약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다음 기약이 없다면 이 헤어짐의 고통은 어느 정도일까?

가늠할 수가 없다.

 

“우리는 모두 길에 뒹구는 돌의 형제요 떠도는 구름의 사촌이다.”/ 할로 섀플리(1885~1972)